얼굴로 번지는 신종무좀 확산
[조선일보 2007-05-23 09:18:28]
1~2㎝ 반점 증상…진단 어려운 '투사 무좀' 레슬링 등 국제경기서 피부접촉으로 옮겨와
외국에서 수입된 ‘신종 무좀’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슬링, 유도 등 격렬한 신체 접촉이 많은 운동선수들이 훈련이나 시합 도중 감염되기 쉬워 ‘투사(鬪士)무좀(Trichophytosis gladiatorum)’으로 불리는 ‘톤슈란스(tonsurans)균’에 의한 무좀이 10년 전 국내에 상륙한 뒤 선수 가족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초기에는 운동선수들에게 주로 감염되다가 최근에는 일반인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투사무좀은 1966년 스웨덴 레슬링 선수 30명에게서 처음 발견된 뒤, 1992년 미국의 레슬링 선수 5명에게서 두 번째로 발견됐다. 그 뒤 국제 운동경기나 훈련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현재는 미국에서 2~3번째로 흔한 무좀이 됐다.
투사무좀이 국내에 들어온 지는 이미 10년을 넘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피부과 전재복 교수는 1995년 7월부터 1996년 4월까지 전국 아마추어 레슬링 팀에 소속된 중·고·대학교와 일반 선수 1394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42.5%인 575명이 이 무좀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1994년 4월부터 2000년 5월까지 5회에 걸쳐 열린 전국 유도대회에서 전 교수가 1293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4.4%(316명)가 이 무좀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전 교수는 “신종 무좀이 선수 가족에게 전염될 확률이 5% 정도여서 지난 10여 년간 선수 가족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는 제대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 기존 무좀이 주로 발에 생기는 것과 달리 투사무좀은 얼굴, 목, 두피, 머리카락 등에 잘 생긴다. 레슬링이나 유도 등 운동시합 도중에 얼굴 등 피부가 맞닿으면서 감염된다.
이 무좀은 기존 무좀보다 가려움은 덜하지만 지름 1~2㎝의 동그란 분홍색 반점이 얼굴, 목, 머리 등에 생겨 보기에 흉하다. 두피에 감염되면 비듬이 생기고, 모발이 감염되면 머리카락이 쉽게 부스러지고 잘 뽑힌다.
무좀 증상이 아토피 등 다른 피부병과 비슷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다른 피부염으로 잘못 진단해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무좀은 먹는 항진균제와 바르는 항진균제를 함께 사용해 1~2개월간 집중 치료해야 한다.
전 교수는“톤슈란스균 무좀이 확산되면 우리나라도 얼마 안가 미국처럼 전체 무좀의 2~3위에 오를 수 있다”며“레슬링이나 유도 등 투사무좀 감염률이 높은 운동 선수들을 단체로 집중 치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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